<설마가 사람 잡는다>

우리는 ‘설마’라고 하는 수많은 방심들의 실줄 날줄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설마, 그 큰 배가 바다에 가라 앉겠어?
설마, 정부가 안정성을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에 무슨 문제가 있겠어?
설마, 마스크 하나 안 쓴다고 코로나에 걸리기야 하겠어? 등등.

우리에게 안심을 주는 그 숱한 ‘설마’의 무더기들 중에서 이미 여러개가 우리를 멘붕에 빠지게 하고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학자이자 소설가이며, 정치평론가이자 정책 설계자인 우석훈 박사가 내놓은 두 번째 소설 <당인리>는 ‘설마! 온 나라의 전기가 통째로 날아가는 블랙아웃이 오기야 하겠어!’라는 단단하고도 단순한 믿음에 섬뜩한 균열을 내기에 충분한 책이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 읽다보면 우리가 발딛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얼마나 불안정한 연결고리들로 이어져 있고, 얼마나 단순한 관계들로 맺어져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쉽게 위험에 빠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비루한 정치와 비겁한 관료들이 어떻게 국민들의 삶을 한순간에 나락을 빠뜨릴 수 있는지도 쉽게 이해된다.

내가 <당인리>에 쉽게 빠져들었던 것은 오만한 관료와 실력없는 정치인들이 준비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면서 국가의 실패와 국민의 불행이 원인이 된다는 평소 생각이 고스란히 펼쳐졌기 때문이다.
4조 5천억원이나 되는 <이건희 차명계좌>에 대해 법을 무시하고 세금을 거두지 않았던 금융위와 국세청 관료들,
사립유치원의 회계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침묵을 지켰던 교육부, 교육청의 관료들과 일부 정치인들,
법을 위반한 채 삼성전자 지분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설마’하는 태도들,
모든 것들이 당인리 발전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설 속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아슬아슬한 박빙의 강을 건너는 것처럼 위태롭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것이다.
지난 4년 초선 의원으로 마주했던 위태로운 것들을 어떻게 하면 재선으로 다시 얻게 된 4년이라는 시간동안 조심스럽게 해체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상상의 나래를 만들어 준 우석훈 박사에게 감사의 응원을 보낸다.

근데, 진짜 대정전이 오게 되면 어떻게 하지? 이런 궁금한 생각이 갑작스럽게 드는 사람들이라면 <당인리>를 읽어보시라. 나도 갑자기 핸드폰을 들고 “가정용 발전기”의 가격을 검색해보았다.
‘설마, 진짜 대정전이 오기야 하겠어?’라고 생각하시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

Posted by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Parkyo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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