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용진의 하루/박용진의 오늘

[200924] 80세에 새로 태어나신 안광훈 신부님, 축하드립니다!

▣ 80세에 새로 태어나신 안광훈 신부님, 축하드립니다.

- 뉴질랜드 출신 신부님 대한민국 국적 수여식

 

오늘 과천 법무부에서 열린 한 외국인에 대한 국적수여식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로버트 존 브레넌’이라는 뉴질랜드 이름이 아니라 ‘안광훈’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56년째 대한민국에서 선교활동, 빈민연대활동을 하고 계신 벽안의 신부님께서 드디어 대한민국 국민이 되신 것입니다.

신부님은 강원도 정선, 서울 목동, 그리고 강북구 삼양동 등에서 우리 국민들의 친구가 되어 함께 하셨고, 지학순 주교님 시국선언 등 유신정권과 싸우고 도시빈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군사정권, 권위주의 정권들의 무자비한 철거에 맞서 서민주거안정을 위해서도 힘써 오셨습니다.

형식은 ‘특별공로자 국적증서수여식’이었지만 사실 이 국적은 대한민국이 그냥 준 것이 아니라 안광훈 신부님이 여러 차례 걸쳐 대한민국 정부에게 한국사람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끝에 얻어진 것입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신청이 기각되고 나서 얼마나 서운해 하고 힘들어 하셨는지 보았기에 이번에는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님과 고인이 되신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제가 추천서를 법무부에 써내 안 신부님의 대한민국을 위한 헌신과 사랑을 국적수여를 통해 인정해달라고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그 덕에 저도 오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주관한 행사에 참여해 축하를 할 귀한 시간을 얻은 것입니다.

사실 오늘 간단한 축사 기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며칠전부터 조마조마 했습니다.

축사하다 신부님하고 눈 마주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정말 바보같이 그랬습니다. 좋은 날 눈물나고 울먹거려 드리지 못한 말씀은 이런 거였습니다.

“20년 전 제가 정치를 시작하면서 초중고등학교 졸업하고 지금껏 살고 있는 강북구 지역의 주민들 위해 일하겠다고 각오하고 보니 이미 신부님은 오래전부터 지역에서 가난한 이웃과 함께 하고 계셨습니다. 저처럼 말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게 실천하고 사람들을 묶어 세워 힘을 갖춘 조직을 만드셨습니다. 많이 부끄러웠고 지금도 늘 배웁니다.

오늘 자리는 사실 축하라는 말보다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제 나이보다도 많은 세월, 56년 간 대한민국 사람들을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이 단지 1명의 국민을 새로 얻은 것이 아니라 5천만 명을 사랑해주신 5천만명 만큼의 무게를 새로 얻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삼양동에서 저희들과 함께 행복하게 계셔주십시오”

이제 대한민국 국민으로 투표권이 생겼으니 너에게 한 표 줄 수 있게 되었다고 농담도 하시는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 정말 고맙습니다.